[2019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넥타이를 맨 그 사내는 왜 산으로 갔나 / 김용훈
넥타이를 맨 그 사내는 왜 산으로 갔나 / 김용훈 산 너머 태양이 지고 있다. 이파리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태양의 빛이 강렬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주름은 이중으로, 아니 삼중으로 지어서 내 살 속에다가 시들어버린 고통을 감춰버린다. 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는데도 추위가 느껴진다. 흙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이 몇 겹의 섬유를 비집고 들어와 살 속에 파고든다. 아직 태양이 남아있는 지금도 그렇다면, 태양이 지고난 후는 아마도 겨울의 매서움이 찾아올 테다. 나뭇잎이 몇 개 남아있지도 않은 발가벗은 은행나무는 주위에서 썩은 시체의 짙은 향을 맡으며 침체된 인생의 슬픔을 느끼는 듯하다. 나는 마찬가지로 썩어가는 나의 왼쪽 엄지발가락에서도 그와 비슷한 냄새가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