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소설 대상] 대리인 / 노현수
대리인 / 노현수 나는 서류를 챙겨 감사팀장실을 찾았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듯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런 경우 안다만이나 비케이, 힐스는 탈세와 돈세탁을 목적으로 한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선 국내 법인의 대표를 찾고 역으로 그 법인에 대출을 해준 지점을 파악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감사팀장은 서류를 눈으로 대충 훑어보며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퇴근 시간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시크릿. 7시. 그리고 주소가 보였다. 문을 열자 홀이 나타났다. 긴 테이블을 따라 한 명씩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삼십대 중반 정도의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감사팀장의 이름을 말하자 남자는 홀 끝으로 가서 벽처럼 보이는 곳에 노크를 했다. 문이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