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뇌태교의 기원 - 이소연
뇌태교의 기원 / 이소연 은빛 잠을 수집하는 뇌의 바깥에는 조용한 산책과 쇼팽의 음악이 있습니다 나는 이 세계의 관념으로 머리카락이 자라는 시간을 좋아해요 덩달아 창을 물어뜯는 별자리의 감성을, 나무 위에 앉은 곤줄박이의 감정을, 마당 앞의 바위의 감상을 좋아해요 그때 뇌는 주글주글한 감성과 지성을 가공하고요 나는 뜨개질 가게를 드나들기 시작합니다 바늘코에 걸린 실 한 가닥으로 일요일 붉은 공화국에 대해 점을 치는 거죠 그러나 굴뚝이 아름다운 공장지대로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피해야 해요 뇌는 풍경을 쪽쪽 빨아 먹고 조금씩 단단해지거든요 참 연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면 뇌가 더디게 어제의 풍경을 음미할지도 몰라요 뇌를 호두알로 생각하면 위험해요 뇌는 오 분간의 육류를 꼭꼭 씹는 것을 황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