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뉴스N제주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다섯 개의 물의 장면 / 이정은
다섯 개의 물의 장면 / 이정은 1 11월, 시침은 어디로 가고 없을까 카라꽃 조화를 11년째 키우고 있어요 물 없는 화병에서 꽃대는 올라오고 하얀 꽃잎은 향기를 뿜은 듯 버성기네요 속아주어야겠어요, 꽃이고 싶어 하잖아요 빈 화병에 물을 줍니다 찰랑찰랑 아파트 지하 수면실로 타고 내려가요 보일러 아저씨 잠이 깨요 달력 한 장 젖어요 2 양수리 두물머리 검푸른 물의 흐름이 엉켜있어요 마른 장작 타는 체취, 당신을 불러들인 건 나의 실수였습니다 목으로 넘어가는 와인 한잔이 나의 독주이기를 같이 했던 시간들은 윤슬처럼 흩어집니다 물의 카페에서 멀어질 때까지 3 어쩌지, 양수가 흘러내려 생명 다한 꺼져가는 촛불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녹아 굳어버린 촛농들을 무덤 삼아 수그러드는 작은 호흡 물의 끝은 여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