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 - 윤지완
'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 건조기에서 막 꺼낸 세탁물들에서 옅은 솔벤트 냄새가 풍겼다. 남자는 심호흡을 했다. 콧속으로 흡입된 유기용제 냄새가 남자에게 묻어있던 졸음을 단번에 쫓아냈다. 남자는 세탁물이 든 바구니를 들어 행거 옆으로 옮겼다. 바구니 안에 쌓여 있는 옷을 하나씩 끄집어내 허공에 턴 뒤 빠른 손놀림으로 옷걸이에 걸었다. 푸른 실크 블라우스를 제외한 모든 세탁물들이 차례로 행거에 걸렸다. 남자는 출입구 쪽으로 행거를 이동시켰다. 바람이 통하는 입구에 반나절은 세워두어야 직물에 남은 솔벤트를 마저 휘발시켜버릴 수 있었다. 다림질을 하는 것은 그 이후였다. 남자는 스팀다리미 스위치를 켜고 예열을 시작했다. 바구니 안에 남아있던 푸른 실크 블라우스를 집어 들고 블라우스 앞섶과 오른쪽 소매를 면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