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그녀가 뛰기 시작했다 / 임호
그녀가 뛰기 시작했다 / 임호 출근길, 그녀가 뛰기 시작했다은행알들이 비좁은 그녀의 구두에 밟혀 터진다 "헬로 에브리바디~ 근데 내가 좀 바쁘거든요~!" 우리의 그녀는 바쁘다우리의 그녀는 뛰지 않을 수 없다어깨에 당겨 맨 앙증맞은 가방엔있어야 할 약간의 센스와없어도 될 약간의 의심을 담고우리의 그녀는 뛴다한꺼번에 많이 벌릴 수 없어 조금씩 뛴다누군가에게 잡히지 않을 만큼씩 뛴다먹이를 쪼는 비둘기처럼 뒤뚱거리며 뛴다그녀는 뛴다늦지 않기 위해, 울지 않기 위해, 모자라지 않기 위해, 같아지기 위해? 그녀의 치마는 그녀가 선택할 수 없는 바람에 흩날리고그녀의 가슴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안도로 출렁이고그녀의 쇄골은 떡볶이처럼 흐느적거리고그녀의 뺨은 뿌듯함으로 달아오른다 우리는 이런 그녀를 흐믓하게 바라본다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