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동강할미꽃의 재봉틀 / 김태경
동강할미꽃의 재봉틀 / 김태경 솜 죽은 핫이불에 멀건 햇빛 송그린다 골다공증 무릎에도 바람이 들이치고 재봉틀 굵은 바늘이 정오쯤에 멈춰 있다 문 밖의 보일러는 고드름만 키워내고 숄 두른 굽은 어깨 한 평짜리 가슴으로 발틀에 하루를 걸고 지난 시간 짜깁는다 신용불량 최고장에 묻어오는 아들 소식 호강살이 그 약속이 귓전에 맴돌 때는 자리끼 얼음마저도 뜨겁게 끓어올랐다 감치듯 휘갑치듯 박음질로 여는 세밑 산타처럼 찾아주는 자원봉사 도시락에 그래도 풀 향기 실은 봄은 오고 있겠다 "말과 행동이 아름다운 새로운 길 걸어가겠다" '입 다문 꽃봉오리 무슨 말씀 지니신고 피어나 빈 것일진댄 다문 대로 곕소서' 이은상 시인의 양장시조입니다. 꽃잎을 피우기 전, 입 다문 꽃봉오리가 지니고 있는 긴장과 아름다움이 4음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