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 - 김상현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 / 김상현 가을 산길 위에서 느닷없이 냄새가 혀를 밀어 넣었다하얀 앞발톱의, 엎어져 있는 두더지 주검두더지는 반지하 방이 되고 있었다잘 닦은 화이바 같은, 검은 갑옷의 벌레가시체에 세 들어 늦깎이 신혼방을 만들고 있었다주검이 있을 때, 짝을 맺는다는 송장벌레저 더듬이 끝이 뭉툭한 것은그 교감도 한때는 부딪혀 옹이 박힌 것구린 터 속에서도 더듬거리며 전등을 갈겠지저 등판의 빛은 그들 눈에 모닥불이 타오르는 증거다자글자글 끓는 된장찌개 투가리, 그런 뜨거움 올린양은밥상을 들고 거뜬히 문지방 넘는 삶둘은 두더지를 땅에 묻을 때까지쉬지 않고 흙을 파내려갈 테지흙으로, 나무뿌리를 갉았을 몸을 닫고 쓰러진 밑바닥 위에꽃 장판을 깐 다음반지하가 지하가 된 방 안에서 서로를 쓰다듬겠지때로는 이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