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둥근 길 - 문귀숙
둥근 길 / 문귀숙 허풍빌라에서 내린, 수백억 상속녀가 떨어뜨리고 간 셀 수 없는 동그라미의 말들 깔깔 거리다 휘청거리며 사라졌다꽃뱀의 뱃속 같은 골목을 후진으로 나오는 오늘 일진은 구부러진 끗발이다금요일을 발광하는 네온사인을 비켜선흐린 그림자 하나, 번쩍 손을 들었다뒷자리에 앉자마자 웅얼거리는 목소리백미러로 읽어야 하는 목적지가 번져 읽을 수 없다붉은 신호등 하나를 넘으며 자정의 경계를 넘었다어떤 넋두리도 용납되는 할증의 시간갈림길 마다 좌회전을 외치며 더 흐려진 그림자젖은 넋두리에 수몰된 길을 재탐색하라고 내비*가 얼굴을 붉힌다붉은 기운이 부족한 사납금만큼 미터를 올리고대낮처럼 환한 불면의 광장을 지나고늙은 벚꽃나무가 떨어뜨리는 흐린 시간을지나 돌고 돌아도 이어지는 길더 이상 택시로는 갈 수 없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