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뒤집어진 거북들의 시간 - 엄정숙
뒤집어진 거북들의 시간 / 엄정숙 내 손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낯빛은 납빛으로 변했다. 멋쟁이를 실은 보트가 붉은 삼각깃발 부표를 향해 남실남실 떠나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멋쟁이의 캐노피천막을 향해 냅다 뛰어갔다. 나도 따라 뛰었다. 천막 안을 두리번거리던 아버지는 음료수가 담긴 스티로폼박스의 뚜껑을 벗겨 들고 뛰어나갔다. 나는 엉겁결에 물고기무덤에 꽂힌 노를 뽑아들고 뒤따라나갔다. 옷을 훌렁 벗어던진 아버지는 들고 나온 스티로폼박스 뚜껑을 바닷물에 휙 던지고 내 손에 쥐인 노를 홱 낚아채 바다로 풍덩 뛰어들었다. 나는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수영 못하시잖아요!” 나는 아버지가 수영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남들처럼 강이나 바다로 놀러가기는 했었으나 가슴팍 이상의 물속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