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8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최형만(최우수상), 길덕호(우수상)
■ 최우수상 아버지의 노래 / 최형만 물아래 물길을 여닫던 밤통통배는 물때만 되면 바다로 갔다바짓단까지 양말목을 올린 아버지는기척도 없이 문턱을 넘으셨다어린 나는 꿈결 같다 말했고아버진 만선滿船이 부른 꿈이라 말했다텅 빈 물간에 낯빛이 붉어지는 동안목숨의 중심까지 맨몸으로 지났다밍크고래의 주검이 하얗게 밀려든 날비취색 물빛만 그물코에 꿰다가공선空船으로 돌아오신 아버지손등을 쓸어간 해풍에 바닷새도 떠나고실금 간 어창은 선잠에 들었다빈 몸으로 흔들릴 때마다자줏빛 쓴물을 가슴에 들이는 아버지은빛 물살을 물고 온 날치 떼도 없다그믐처럼 휜 너울에 속내를 게워내고서야통째로 몸을 여는 바다해국의 꽃그늘이 엎드릴 때면몇 개의 계절이 수평선을 넘어갔을까파랑 친 바람이 환하게 길을 내자물꽃을 쥔 아버지가 물을 타고 오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