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은소정 / 로스팔로스를 떠나
로스팔로스를 떠나 은소정 MV 100007 일곱 번째 출항이다. 불볕더위가 한창이던 오후에는 뜸하더니, 해 지고 불 밝히니까 아이들이 모여든다. 미니 바이킹은 이내 만선이다. 늦게 발동 걸리는 날이 더 재미 좋은 법.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배 가장자리에 박힌 꼬마전구들이 요란하게 반짝거린다. 두껍게 덧칠한 검정 크레파스를 긁어내며 그리는 스크래치화 같다. 양쪽으로 우뚝 솟은 아파트 창에 하나 둘 불이 켜진다. 손으로 불빛들을 이어 하늘까지 가로지른다. 머리 위에 시간 구분선이 그려진다. 동티모르에서 별이 켜지는 밤하늘을 본 적이 있다. 하늘이 까매지기만을 기다렸다가 날이 어둡기 무섭게 빛을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별. 밀림에서는 생사의 구분이 따로 없다.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모두 생경하게 다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