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나나 / 류시은
나나 / 류시은 그 장면은 오래 생각하고 그린 마지막 컷 같았어. 난간에 앉은 나나의 뒷모습을 보는데 차마 내려오라고 할 수 없었지. 물탱크 옆 수도관에 걸터앉아 기다렸어. 발아래 엉켜 있는 것이 식물 줄기인지 전선인지도 구분되지 않던 캄캄한 밤이었어. 한참 먼 곳을 바라보던 나나가 한숨을 내쉬는데 입에서 말풍선이 나오는 것 같더라. 천천히 흩어져 옅어진 숨 위로 몇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어. 나나를 잘 돌봐야 해. 그러니까 나는 그 말을 눈으로 본 셈이지. 나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어. 잘 돌보라니, 어떻게? 나나가 가만히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더라. 표정이 어땠는지는 미처 살피지 못했어. 들어야 할 대답이 있었거든. 몰아붙였어. 내가 때마다 주사기로 사료를 먹이고 항문을 닦아 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