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냉면 / 류영택
냉면 / 류영택 망치질 소리가 들려온다. 바깥에서 형이 두드리는 소리다. 걱정이 된 모양이다. 일을 하다말고 서둘러 답신을 보낸다. 탕 탕 탕. 정화조차량 탱크 용접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안과 밖, 형이 두드리는 망치질은 동생이 무사한지 안부를 묻는 것이고. 내가 두드리는 망치질은 망을 보다말고 어디 가지나 않았을까, 형을 붙들어 두려는 마음에서다. 돌보지 않으면 혼자 살아가기 힘든 '업보' 같은 형 냉면 면발만큼이나 질긴 형과의 인연이 서럽다 형과 처음 손발을 맞춘 것은 우리 집 뒤주를 터는 일이었다. 라면을 사먹기 위해서였다. 긴긴 겨울밤, 꽁보리밥으로 배를 채워서 그런지 몇 번 방귀를 뀌고 나면 이내 배가 고파왔다. 아무리 우리 것이라고 해도 도둑질은 도둑질이었다. 겁이 났다. 뒤주에 들어가려다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