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말(馬) - 정와연
말(馬) / 정와연 수선집 사내의 어깨에 말의 문신이 매어져 있다 길길이 날뛰던 방향 쪽으로 고삐를 묶어둔 듯 말 한 마리 매여 있다 팔뚝에 힘을 줄 때마다 아직도 말의 뒷발이 온 몸을 뛰어다닌다 고삐를 풀고 나갈 곳을 찾고 있다는 듯 연신 땀을 흘린다 저 날리는 갈기를, 콧김을, 이빨 드러내는 투레질을 굵은 팔뚝에 가둬두고 있다는 것을 저 사내 알기나 할까 어쩌면 질풍노도의 시절에 스스로 마구간을 짓고 지독한 결심으로 고삐를 매어두었을지도 모른다 말은 복종하는 발굽과 항거하는 발굽이 다르다 앞발을 굽힐 때 뒷발은 더 빡세게 버티는 법이다 어느 뒷골목의 시간들을 붙잡아 사내의 안쪽을 향하게 단단히 묶었으나 꿈틀거리는 역마살이란 언제까지 갇혀 있을 발굽이 아니다 비좁은 마방에서 수년 째 구두를 깁는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