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래내시장 / 하미경
모래내시장 / 하미경 야채 썩는 냄새가 고소해지면장터는 복숭아처럼 익는다중고 가게 앞 내장을 비운 냉장고가과일의 단내며 생선냄새며 땀내 들을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일 무렵은혜수선집은 벌써 불을 켜고 저녁의 한 모퉁이를 깁는다박미자머리사랑을 지나면 몽땅 떨이라느니거저 가져가라느니 농약을 치지 않은 다급한 말들이등을 타고 내려 고무줄 늘어난 추리닝처럼낭창낭창 소쿠리 속으로 들어간다남들 보기 거시기 하다고 자식들이 말려도팔 것들을 꾸역꾸역 보자기에 챙겨 나온 할머니는돌아갈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지빠진 이 사이로 질질질 과즙을 흘리며복숭아 짓무른 데를 떼어 물고 오물거린다문 닫는 속옷 가게에는 땡땡이무늬 잠옷이잠들지 않고 하늘거린다 잠옷을 입고늘어지게 자고 싶은 허리 대신빈 바구니마다 어느새 어둠이 드러누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