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무겁고 높은 / 김기태
무겁고 높은 / 김기태 땅에 붙인 두 발바닥. 그것이 시작이다. 바벨을 쥘 때는 엄지를 먼저 감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감싼다. 무게가 실리면 엄지가 짓눌리지만 그래야 더 꽉 쥘 수 있다. 놓치는 것보다는 아픈 게 낫다. 다음은 무릎의 각도. 허벅지와 허리의 긴장. 그리고 등을 잡을 것. 다른 사람의 등이라면 붙잡을 수도 밀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등을 어떻게 잡을까. 말로는 못해도 몸으로는 해내야 했다. 송희는 고개를 들었다. 목과 등, 허리의 자연스러운 정렬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약간 위를 보는 게 좋다. 역도는 위로 솟는 운동이니까. 앉아서 시작하고 일어서서 끝낸다. 시선이 닿는 곳, 건너편 시멘트 벽 위에 붉은 문장이 있다. 오늘의 무게가 내일의 영광. 송희는 가장 간결하고도 견고한 움직임을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