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물의 악공들 / 김정현
물의 악공들 / 김정현 시리아 굶주린 혈(血)의 사막에서 금빛 모래사장 해변의 춘곤증자들에게 창백한 시체가 한 조각 잘린 구름으로 떠밀려올 때 견고한 일상의 고딕 질서를 덩어리째 뒤집어쓴 도시 사람들은아주 잠깐 경악한다 경쾌한 악당 같던 미디어의 충만한 리듬은 조심스레 끝장났고 스무 살 열사병, 비릿한 합주를 나눴던 벌거숭이 몽상가들마저 순순히 날 선 악곡(樂曲)을 포기하고 거리로 집결했다 관현악단 같은 햄릿들로거대한 복수를 꿈꾸던 어릿광대들과 리어처럼 선명히 울부짖을 미치광이들은 이미 쓰레기 가득한 거리에 당도했고 간밤 골목마다 신명나던 두드림, 핏물 같은 구토로 조율 당한 오필리아들은 누굴 위해 저리도 침묵하나 지난 계절아무도 돌아오지 못할 악공(樂工)이 돼버린 소년소녀들은제일 아름다운 물의 파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