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가작] 류현서 / 바디와 북
바디와 북 류현서 집안 정리를 하기 위해 창고 문을 열었다. 창고 안은 이것저것 밀려난 살림살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쪽에는 크고 작은 솥들과 대나무 소쿠리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고, 또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상자가 입을 봉하고 있다. 상자를 열자 언제 넣어 두었는지 바디가 보인다. 길쌈을 할 때 날실을 끼울 수 있도록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만든 것이 바디다. 바디는 날줄 사이로 씨줄이 담긴 북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참빗처럼 촘촘하게 생긴 바디 사이에 날줄을 끼우면 베 짜기는 시작된다. 이때부터 씨실을 문 북과 날줄을 문 바디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북이 가로 길로 지나가면 바디가 세로 길로 내려오고 다시 북이 돌아오면 바디 역시 시차를 두고 내려와 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