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서산 마애불 / 박경임
서산 마애불 / 박경임 삼국시대부터 바위 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부처님 아직도 나오고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 뒤쪽은 못나왔는데 그래도 좋은지 웃고 있다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따뜻한 그림으로 남길 어릴 적 새벽잠에 취해서 듣던 엄마의 도마 소리는 노래처럼 좋았습니다. 노을 지는 저녁 무렵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 친구들과 썰매 타며 놀던 겨울 냇물도 좋았습니다. 힘들 때 이런 그림을 하나씩 꺼내 보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동시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를 읽을 때도 그림이 떠오르며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내 속에 있던 아이와 동시 속의 아이가 만나 함께 놀면서 재미있었고 슬픈 아이를 만나면 내 속에 나도 모르게 있었던 작은 아픔과 상처를 위로 받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