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광희 / 거미줄동네
거미줄동네 박광희 뿌리 같은, 오래된 골목이 줄에 걸려 바동거린다 나지막한 지붕들이 이마를 맞댄 좁다른 풍경 TV안테나선, 전깃줄, 빨랫줄들이 하늘을 묶은 제각각의 각도를 가진 도형들로 골목은 늘 무겁다 낡은 시간을 매단 전봇대, 습한 담벼락에 숨어있던 표적들이 나타날 때마다 한 뼘씩 몸집이 커지는 외등들, 거미는 가만히 자신의 넓적다리를 숨긴 채 낮고 좁은 골목길을 얼기설기 엮어 낚아챈다 돌돌 말아 고치로 엮어내는 솜씨는 놀랍다 어쩌면, 이 골목 사람들은 한 번도 하늘을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 줄의 포박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지도 모른다 부글부글, 그깟 몸부림 쯤 진작 진흙 바닥에 가라앉히면 그만인 것을 바람의 입질에 걸려든 젖은 골목들의 눈 속 허공이 공허할 수 없는 건 저 줄들이 만드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