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나의 부족한 언어로 / 박하림
나의 부족한 언어로 / 박하림 엄마는 내게 부러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엄마, 친구들이 나더러 자기 이름도 못 쓰는 바보래.” 어느 소설에도 써먹었던 대사는 허구의 문장이 아니라 유치원에서 돌아온 내가 실제로 엄마에게 건넨 말이었다. 엄마는 넌 바보가 아니라며 날 다독였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내 이름을 쓰는 법에 관해 묻지 않았다.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엄마, ‘바보’는 어떻게 쓰는 거야?” 태어나 처음 쓴 단어는 내 이름 석 자가 아닌 ‘바보’였다.물론 그날의 이야기는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엄마에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날 내가 한 질문도, 그 질문에 담겨 있던 마음도 전부 기억하지 못한다. 웃으며 옛 추억을 얘기하는 엄마의 표정만 보자면 아주 어릴 적의 나는, 혹은 글을 몰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