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사라지는 것들 / 배길남
사라지는 것들 / 배길남 "부산 동보서적 이어 문우당서점도 폐업 두 곳 서점의 죽음은 내 맘을 뒤흔들어 놓았다" 평론가인 친구가 미술관의 계약직 일을 제의해 왔다. 글을 쓴다는 핑계로 잘나가던 학원 강사 일을 그만둔 지도 6개월이 지나있었다. 미술관의 일이란 데 호기심도 생겼고 딱히 글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던 터라 나는 순순히 제의를 받아들였다. 광안대교를 건너오는 첫 출근길의 인상은 빳빳한 새 옷을 입는 느낌이었다. 해운대 신도시 쪽의 공사 중인 빌딩에서 반사된 햇빛이 가끔씩 눈을 할퀴곤 했다. 미술관의 일은 큐레이터의 전시 기획을 돕는 것이었는데 내 이름과 코디네이터라는 그럴듯한 직함이 적힌 명찰이 할당되었다. 미술관 학예 사무실의 컴퓨터가 부족하단 이유로 나의 자리는 미술관 지하 1층의 미술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