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런스 게임 / 이소정
밸런스 게임 / 이소정 많은 일요일들을 지나왔다고 윤은 생각했다. 징검다리 같은 일요일들에는 아들과 그녀, 단둘뿐이었다. 심지어 택배기사도 찾아오지 않는 요일이라고 윤은 베란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생각했다. 곳곳의 구멍 뚫린 방충망 사이로 총알 같은 햇빛이 들어왔다. 지난여름 술 취한 남자가 화단을 넘어 우산의 물미로 방충망을 내리찍는 일이 있었다. 어떤 흔적들은 오래 두고 본다고 해서 그 공포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면 곳곳의 물웅덩이에 모기들이 알을 깔 것이다. 그 전에 방충망부터 수리해야겠다고 윤은 마음먹었다.오래된 아파트 일 층이었고, 6월이면 작약이 피는 작은 화단이 있었다. 윤은 방충망을 열고 숱을 쳐낸 머리카락을 쏟았다. 아들 건희는 이제 사학년이 됐고 부쩍 키가 자랐다. 지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