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 이은정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 이은정 전화를 받는 엄마 표정이 구겨졌다. 옆에서 나는 동생과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티브이에서 만화 주인공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악당한테 로켓포를 맞고도 만화 주인공은 끄떡없었다. 현실에서라면 벌써 천 번은 죽었을 거다. 옆에서 동생이 깔깔 웃었다. 나는 엄마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물어보았다. “엄마, 누구 전화야?”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현택아, 시골 할아버지가 많이 아프시데. 그런데 병원에 안 가신다고 고집을 부리는구나.” 엄마가 작게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사라졌다. “형아, 저 주인공 말이야 천하무적이야. 안 죽어.” 티브이 화면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할아버지를 구하고서 웃고 있었다. 밥을 먹는 내내 엄마는 힘이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날 밤 자다가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