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분천동 본가입납本家入納 / 이명
분천동 본가입납本家入納 / 이명 태어나 최초로 걸었다는 산길을 돌아푹신한 나뭇잎을 밟으며청주 한 병 들고 능선을 밟아 내려갔니더누님이 벌초를 해놓은 20년 묵은 산소는어둡고 짙은 주변의 빛깔과는 달리 어찌나 밝은지무덤이 아니었니더봉긋하게 솟아오른 아담한 봉오리그랬니더, 그것은 어매의 젖이었니더진초록 적삼을 살짝 풀어 헤친 자리에 속살이 드러나고빛이 쏟아져 나왔지요나는 그만 아기가 되어 한참동안 보듬고 쓰다듬고얼굴을 파묻었을 때는 맥박소리가 들려오고숨이 턱 막혔었니더내가 오는 줄 알고미리 나뭇잎으로 길을 덮어두고아삭아삭한 소리까지 그 속에 갈무리해 두었디더나는 낙엽을 밟으며 산등을 넘고어매는 그 소리에 옷고름을 풀었겠지요적삼 속에서 영일만 바다가 아장아장 걸어 나오고해안선이 출렁거리고몽실몽실한 백사장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