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유빈 / 불고기, 물꼬기
불고기, 물꼬기 유빈 낱말들을 고르게 쓰다듬다 놓쳐버리는 혀 빈 밥상 위 문법책은 달아나는 발음을 따라잡지 못해요 귀퉁이 까매진 책갈피 사이로 나쨩 해변의 파도가 밀려와요 불고기는 불고기, 물고기는 왜 물꼬기일까요 언제나 고개를 끄덕여주는 선생님 그러나 센터 문만 나서면 불고기도 불고기, 물고기도 물고기, 책에 빨갛게 그려넣은 물결무늬 밑줄들, 어려운 차이들이 행간 사이를 꼬불꼬불 헤엄치고 있어요 발화(發話)되지 않는 더듬이 언제쯤 머리로 말하지 않아도 될까요 계약서를 다 채우려면 얼마큼 부드러워야 하나요 듣기연습을 위해 놓치지 않는 9시 뉴스데스크 화면에 떴다 사라지는 얼굴 전송되지 못한 채 들것에 실려나가는 비명소리 면사포 속에서 하노이 강이 부풀어올라요 방향도 통로도 모른 채 꿈에 젖은 갈매기들 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