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 장미영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 장미영 하이힐 소리가 났다. 소리는 1층 코너를 돌아 2층 일곱 번째 계단에서 멈춘다. 잠깐 숨이라도 돌리나. 다시 코너를 돌아 3층 계단을 딛는다. 또각또각 리듬에 맞춘 듯 경쾌하다. 하이힐 소리는 스물한 개 계단을 밟고 나서야 3층 문 앞에 섰다. 여기 유성 빌라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다. 굽 높은 펌프스 구두다. 침대에 누워 자려는데 의자 끄는 소리가 난다. 301호다. 가구라도 옮기나 싶다. 이사 온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짐 정리가 덜 됐을까? 혼자 사는 집에 옮길 가구가 많지도 않을 텐데. 발 덮개를 하지 않은 식탁용 의자다. 질질 끄는 소리가 잠시 멈춘다. 조금 있다 의자가 퍽 하고 쓰러졌다. 누군가 항의하러 갈 것 같은 큰 소리다.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