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사십사 계단 / 이정연
사십사 계단 / 이정연 중앙시장 끝자락에 있는 사십사 계단을 오른다 '사'자가 두개나 있어 재수없는 곳이라 말하지만 '사사파'들에겐 이 지상에 유일한 자유로운 공간 성호가 사십사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하다. 성호는 노란 머리칼을 흔들며 한꺼번에 두 계단씩 뛰어 올라갔다. 성호가 계단에서 멈췄다. 성호가 뒤따라 오르는 내 쪽으로 돌아섰다. 나를 두 팔로 안았다. 노란 머리칼이 내 얼굴을 덮으며 흩어졌다. 담배냄새가 남아있는 입술이 내 입술 위에 포개졌다. 나는 성호의 냄새를 마음껏 탐했다. "열 계단마다, 한 번씩 뽀뽀를 하자." 성호가 말했다. "누가 먼저 할 건지 가위보로 정해." "그걸 꼭 정해야 돼?" "당근." 내 말에 성호가 침을 찍 뱉었다. 성호가 내뱉은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