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산벚꽃나무 아래 / 이선재
산벚꽃나무 아래 / 이선재 달이, 꽉 찬 둥근달이 제 방 창문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달빛이 그대로 창문을 통해 들어와 지금이 한밤중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오늘 밤도 쉬이 잠 못 이룰 것 같습니다. 저 달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 때문입니다. 당신을 만난 후부터 낮이고 밤이고 눈 떠 있을 땐 오직 당신 생각뿐입니다. 눈 감고 있을 땐 꿈속에서 당신을 만나지요. 방금도 방안에 누워 줄곧 당신 생각하다 누군가 그런 나를 은밀히 엿보는 것 같아 반사적으로 창 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글쎄 저 달이 창문으로 저를 엿보고 있었지 뭡니까. 순간, 쑥스러움으로 무안을 타고 말았습니다. 그리 된 건 무람하게도 당신을 두고 불경한 마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 생각의 대부분은 과거시제형 것들이지요. 그 과거시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