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새는 없다 / 박송이
새는 없다 / 박송이 우리의 책장에는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이 빽빽이 꽂혀 있다 15층 베란다 창을 뚫고 온 겨울 햇살이 창 안과 저 창 밖을 통과하는 새들의 발자국우리는 모든 얼굴에게 부끄러웠다 난간에 기대지 말 것애당초 낭떠러지에 오르지 말 것 바람이 불었고낙엽이 이리저리 굴러 다녔다우리는 우리의 가면을 갖지 못한 채알몸으로 동동 떨었다 지구가 돌고 어쩐지 우리는 우리의눈을 마주보지 않으면서체위를 어지럽게 바꿀 수 있었다우리는 우리의 멀미를 조금씩 앓을 뿐 지구본에 당장 한 점으로우리는 우리를 콕 찍는다이 점은 유일한 우리의 점 우리가 읽은 구절에 누군가 똑같은 색깔로 밑줄을 그었다 새들은위로 위로날아우리는 결코 가질 수 없는새들의 발자국에게 미안했다 미끄럼틀을 타는 동안우리의 컬러링을 끝까지 듣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