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남매일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새벽 놀이터 / 문채영
새벽 놀이터 / 문채영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는 한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그때 그네 밑에 있는 완충용 블록 하나가 들리더니 그 밑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공’이었다. 공은 오래전부터 이 놀이터에 사는 수수께끼의 생물이었다. 공은 낮 동안엔 줄곧 놀이터 밑 땅굴에서 잠을 자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움직이곤 했다. 밤이 되어야 사람들도 없고 놀이터가 조용해지기 때문이다. 공은 혼자인 게 편했다. 오늘 밤도 놀이터는 조용하기만 하다. 공은 텅 빈 놀이터를 차지하기 위해 그네 밑에서 빠져나왔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으악, 벌레! 아니 뭐야!” 옆 그네에는 한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보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