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세신사 / 이현정
세신사 / 이현정 조각가가 꿈이었던 팔목 굵은 사내는대리석 목욕대 위 모델을 흘깃 보고한 됫박 첫물 뿌리며 데생을 시작한다 한때는 눈부셨던 세차장 사장도지금도 눈부신 성형외과 의사도실상은 꼼짝 못하고 몸을 맡긴 피사체 깔깔한 때수건 조각도처럼 밀착시켜핏줄까지 힘주어 묵은 외피 벗겨내면곧이어 환해진 토르소, 두 어깨 그득하다 수증기 송송 맺힌 목욕탕 한 편에서날마다 극사실주의 석고 깎는 조각가두 손은 북두갈고리 거친 숨을 뱉는다 "-" 20대 중반 쯤엔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라기보다 언젠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드림리스트'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창작한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었습니다. 꿈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