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코뿔소 / 임정인
코뿔소 / 임정인 환이 코뿔소로 변한 뒤 곧 사라졌다는 해음의 주장은 누구에게도 수용되지 않았다. 사진과 영상도 없이 사람이 코뿔소로 변했다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는 말이 21세기에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해음은 절망했고, 또 분노했으나, 정신과 치료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저 잊은 척 살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 애인을 이 코뿔소 증상으로 잃은 사람들은 조금씩 나타났고, 그제서야 해음은 그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자신들이 미치지 않았음을 매일같이 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거리 행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은 코뿔소들이 도처를 활보했기 때문이었다. 보건 당국은 이제 일련의 현상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병리학적으로 이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코뿔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