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피비 / 이혜정
피비 / 이혜정 벌써 여름이 와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오전인데도 볕이 뜨거웠다. 나는 카페에 앉아서 유리창 밖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 잎사귀와 들풀, 햇빛이 한데 어룽지며 뒤섞였다. 때 이른 열기와 오월의 서늘한 바람이 어우러져 흔들렸다. 그곳은 초록으로 소용돌이치는 출구 같았다. 움직이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고여 있는 건 질색이었다. 흔들리고, 멈추고, 흔들리고, 멈추고. 언제까지나 그걸 바라볼 수 있겠다 싶었다. 아이스 카페라떼는 이미 다 마시고 호두와플도 남김없이 먹어버렸지만 그렇게 한참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카페가 위치한 곳은 탄동천 옆 지질연구소 건물 1층이었다. 건물 바로 앞으로 좁은 산책로가 나 있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물이 흘러가는 건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