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못 - 강성훈
못 망치를 든다. 팔과 손등에 툭 튀어나온 검푸른 핏줄이 잊히지 않는 과거처럼 꿈틀거린다. 묵직한 절망의 무게를 느낀다. 페트병 허리 부분을 잘라 만든 못통을 들어 거의 코에 박다시피 들여다본다. 별반 차이점이 없는데도 콘크리트 못을 신중하게 고른다. 까마귀의 부리처럼 뾰족한 니퍼로 못 몸통을 꽉 잡고 벽에 댄다. 사정없이, 그렇지만 펑퍼짐한 못대가리를 정확히 때린다. 탁, 탁, 탁, 나는 이 소리에 점령당했다. 뭔가를 뚫고 지나가는 이 소리, 이 울림. 지독히 쓰디쓴 인생 맛이 나듯. 온몸이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카페인이 필요하다. 어떤 수단, 또는 어떤 주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사건에 대해 감상 후기 같은 말을 떠벌리거나, 또는 알아듣기 쉽게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