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측백나무 울타리 / 송연숙
측백나무 울타리 / 송연숙 누가 아무도 없는 벌판에측백나무 울타리 세워놓았나안쪽도 바깥도 없는 그 울타리 드나들며나는 안쪽에서 바깥을, 또 바깥에서안쪽을 넘겨보거나 내다보곤 했다또 아주 오래전 허물어진 옛집을 수습해서울타리에 기대 놓았다그럴 때면 앞마당과 뒤란이저희들까지 순서를 정하곤 하였다 집을 품지 않은 울타리는 울타리가 아니어서 벌판에서 벌판으로 몇 천리 가면 기차가 떠나는 간이역이 있고 또 어느 쪽에서 몇 시간 동안 그 기차를 타고가면 어리둥절할 양떼들이 있다 양들에게 측백나무 울타리에 관해 물으면 예전 자신들이 구름의 일족으로 흘러 다닐 때 언뜻 본 것도 같다는 말을 하였다 측백나무 울타리에오래전에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운다거미는 아침이슬로 기둥을 세우고 처마도 만드는데머리가 먼저 이슬에 들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