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먹을 잇다 / 송은유
먹을 잇다 / 송은유 장마가 끝났다. 어디선가 라디오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산사태가 일어난 마을에 집과 축사가 흙더미에 묻혔다고 했다. 해당지역의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구호활동에 나섰다며 피해가 더 커지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우는 고개를 돌리고 싱크대 쪽으로 발을 옮겼다. 라디오 소리가 등 뒤에서 멀어졌다. 발을 옮길 때마다 마룻바닥이 조이듯 끈적였다. 반쯤 열린 건넌방 문틈으로 아버지의 흰 등이 언뜻언뜻 보였다. 주방의 싱크대 앞에 서서 작은 창을 밀었다. 조그만 창 너머로 내다보이는 하늘이 눈이 시릴만큼 파랬다.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선우가 전날 먹고 남은 찌개 냄비에 불을 댔다. 아버지가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을 때 선우는 휴대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