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주신춘문예 시 당선작] 물들다 / 송종철
물들다 / 송종철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은 서로 집중하고 있다 폭우로 뻘겋게 드러난 교회 언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녹색으로 변했다 몇 해 전부터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한 거리 빈터 여기저기에 경작금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누군가는 스며들고 또 누군가는 닮아간다 물든다는 것은 당신의 책 속 주장에 동의한다는 말이고 어릴 적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다 오랜 기침이 가라앉는 학하리의 아침은 새로운 습관이 된다 유튜브 ‘내 편이 필요할 때’ 광고 배경음악을 하나하나 찾아 듣는 오후 창문 안으로 스며드는 아카시아 향기, 물들고 싶다는 것은 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당신의 집에 다가가는 일이다 날 저물도록 걸어가는 벗어나기 힘든 길이다 길게 늘어진 주차 행렬이 내려다보이는 벤치 오래 머무르는 풍경이다 당신의 색깔로 변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