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 / 송태준
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 / 송태준 천 리 밖 매운 탄식이 돌옷 거뭇 배어 있는 신새벽 화성華城 안길 헤집는 손수레 한 대 거중기 발치에 쌓인 야사野史 더미 고른다 빈 박스, 빈 깡통에 빈병서껀 넝마 조각 체념하듯 되돌아와 널브러진 성벽 위로 한잠 든 사직을 깨워 뒤척이는 깃발 소리 도돌이표 궤도 위를 수레는 굴러가나 받아든 푼돈 온기로 세밑 바람 뚫고 가는 판박이 목민牧民 앞에서 혀 차는 다산 줌 업 휴! 긴 숨 몰아쉬며 한 평 쪽방 찾아드는 노인의 굽은 등 위 펄럭이는 열두 만장挽章* 긴 심서心書 적어가던 붓 그예 꺾고, 암전暗轉이다 “낮은 노래로 상처받은 곁들 위로하고파” 이순 깊어질즘 들어선 시조의 길 동행한 스승·벗·가족 은혜 감사 한때 무성한 몸짓으로 곁을 내주던 사무실 창 너머 양재천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