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숨은귀 - 이글
숨은귀 / 이글 1 칼과 가위 사이에서, k는 며칠째 망설였다. 칼과 가위 둘 다 용도에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귀를 순식간에 자르려면 잘 드는 칼, 아니 가위? 결정은 쉽지 않았다. 피 맛, 피 냄새는 나중 문제였다. 문제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귀를 잘라와 삼겹살과 섞어 불판에 구워먹을 때 한눈에 구분이 될까. 자를 때 왼쪽 혹은 오른쪽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니 그녀의 비명이 들린다 해도 바로 잊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소릴 잘 듣는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그게 역시 k는 궁금했다. 다행히 달도 뜨지 않은 골목길은 어둡다. 더구나 오고가는 행인도 드물다. 정말 좋은 분위기 아닌가. 늦은 저녁 혼자 ‘악어’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집에 돌아오던 어둔 골목길에서, 문득 떠올린 생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