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시소가 있는 풍경 - 노동주
시소가 있는 풍경 / 노동주 시소는 늘 기울어 투석기처럼한쪽 팔을 바닥에 떨구고 있다빈둥거리는 그 사내의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울까쏘아 올리기에는 시소의 두 팔이 너무 길다곤장이라도 맞은 듯 매번 엎어져 있다 사내도 굄돌처럼 하늘을 인 듯 무겁다햇빛 그늘진 저 받침점이란 건 뭔가? 가슴팍에점 아닌 섬처럼 박힌 저것누구도 그 중심에 안착해 본 적 없다시소는 늘 중심을 빗나간 기웃거림의 형식으로흔들리며 웃고 운다, 끽끽거린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가 가볍게 시소에 앉는다브라보콘을 흘리는 일곱 살의 오후가 번쩍 들린다그 기울어진 시소의 경사면을 따라문득 이삿짐 트럭이 오르고 영구차가 내려간다눈길에 미끄러지는 출근길이 열리고이부자리에 맨발을 모으는 저녁 냄새가 피어오르기도 한다사내의 엉덩이도 시큰거린다 중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