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심강우 / 늪
늪 심강우 “여기가 뒷골목 여인숙이야? 명색이 A급 모텔인데 이게 뭐냐고. 빠지고 차고 시원한 맛이 있어야 할 거 아냐. 나 참….” 담배 연기를 내뿜고 난 사장이 또 다시 사설을 늘어놓는다. 다 아는 내용이다. 요컨대 빈 객실이 너무 많다는 말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이럴 때 사장의 카리스마는 숨소리마저 멎게 만든다. 객실 담당인 황과 오, 그리고 위엔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던 그도 적당히 고개를 숙인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실쭉거린다. 웬일로 사장이 뜸을 들인다. 그는 슬며시 고개를 들고 사장의 눈길을 쫓는다. 헐렁한 셔츠 사이로 보이는 위엔의 가슴. 사장의 눈길이 그를 향한다. 그는 움찔하며 다시 고개를 숙인다. 사장이 헛기침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