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첫 차 / 심상숙
첫 차 / 심상숙 환한 덧니가 영정을 물고 있다부음은 여태 기다리고 있었구나이곳은 생각보다 따뜻하다혜화동 대학병원 장례식장 한 밤의 보일러 굉음이 블랙홀이다한꺼번에 몰려드는 눈발, 국밥 말아먹듯 휩쓸려간다 눈 덮인 교복과 찹쌀떡 모판을 방 윗목에 세워 두고모나미 볼펜과 파카 만년필 좌판 그리고 문구 캐비닛 끝내 가보지 못한 장학생 대학 합격증을 끌어안고, 영정 속 덧니는, 네모 속으로 문상객이 내어 준 사각의 추억을 끌어 들인다 종로에서, 덕수궁에서 우리 한 번 마주 친 적 있을까 흰 국화꽃 대궁 끝에 떨어질 듯 매달린 저 눈빛아직도 인연이 남았는지 팽팽하다 단단한 잇몸 뚫고 좋은 내색이듯 빛나는 뻐드렁 덧니, 누군들 함부로 웃지 못한다 알 굵은 사과나 날 고구마를 통 째로 베어 물어 아귀 귀신 달래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