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아내의 방식 / 고성혁
아내의 방식 / 고성혁 망할 놈의 여편네. 새벽 댓바람부터 어딜 휘젓고 다니는 건지 눈을 뜬 순간부터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밥때가 지난 지 한참이었다. 아내 대신 내가 안친 밥은 벌써 윗부분이 말라가고 있을 터였다. 나는 예초기를 멈추고 오랜만에 허리를 폈다. 여름 해가 참나무 위로 높이 솟아 있었다. 덜덜거리는 예초기를 몇 시간이나 잡고 있었는지 팔 전체가 묵지근했다. 시골의 여름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이었다. 예초기에 잘린 비릿한 풀 냄새가 후텁지근한 바람에 실려 왔다. 아내가 쓰는 오이비누 냄새 같기도 했다. 수건으로 목을 훔치는데 드디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고프지라? 지금이 몇 신데 그걸 말이라고! 성질 같아서는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나는 시위하듯 도랑가에 널브러진 풀들을 갈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