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클레의 천사 - 안세화
클레의 천사 / 안세화 새로운 천사는 과거를 본다. 천사는 단 하나, 유일한 파국만을 본다. 그 파국은 끊임없이 폐허 위에 폐허를 쌓아 올리며 그것들을 천사의 발 앞에 내던진다. 천사는 기꺼이 그 자리에 머무르며, 죽은 자들을 흔들어 깨우고 부서진 것들을 다시 결합하고자 한다. 하지만 천국으로부터 불어오는 폭풍 때문에 이제 그는 날개를 접을 힘도 없다. 폭풍은 쉴 새 없이 천사를,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로 밀어댄다. 그 사이 천사의 앞에 쌓인 폐허의 더미는 하늘까지 다다른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다. * 2013년 8월에 기록된 배영종 신부의 비망록은 이렇게 시작된다. 신부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서두는 상당히 의외였다. 그는 일생 동안 성당의 아이들만 생각했을 뿐, 그림이나 음악에는 무지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