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콧구멍에 낀 대추씨 - 안안미
콧구멍에 낀 대추씨 / 안안미 우리 할머니 집 세탁기는 덜커덩덜커덩 참 요란스럽게도 일한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 집 수리기사가 되는 우리 아빠 두리번두리번 세탁기 한 쪽 받칠 만한 걸 찾는다 -쪼매만 있어봐라잉 창고에 다녀온 할머니 손에는 내 손바닥만한 장판 한 조각 -콧구멍에 낀 대추씨도 다 쓸 데가 있제잉 한 번 접고 두 번 접어 세탁기 밑에 끼어 넣었더니 수평이 딱 맞는다 세탁기에 낀 장판 조각콧구멍에 낀 대추씨 “아이와 함께 하는 벅차는 황금빛 동시로 옮겨 써” 세상에는 글로도, 말로도 표현 못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억지로 표현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본디 그 색은 바래버리고 맙니다. 지금 제 상황이 그렇습니다. 당선 소감을 적어내려고 하니 자꾸만 제 자신이 옅어지는 느낌입니다. 막연하게 바라기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