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애도의 방식 / 김수영
애도의 방식 / 김수영 나는 이언의 허벅지 살을 메스로 쭉 그었다. 메스 끝으로 갈라진 피부를 양옆으로 밀쳤다. 허벅지 살 아래에는 서로 얽혀 있는 가늘고 두꺼운 끈이 많았다. 메스에 묻은 희고 끈적한 기름을 거즈로 닦아낸 나는 세심하게 끈을 제쳤다. 끈 밑에 숨어있는 혈관을 찾아냈다. 메스를 소독 천에 내려놓고 혈관을 살살 당겨 잘 보이도록 꺼냈다. 기름과 땀에 젖은 손가락이 미끈거렸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거즈로 손을 닦으면서 나는 이언의 발목에 매여 있는 인식표 ㅇ-12A를 확인했다. ㅇ-12A는 방부 처리실에서 붙여준 이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발가벗겨진 채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이언에게 나는 몸을 기울였다. 어떻게 된 건지 묻고 싶어 손을 잡았다. 손바닥으로 스며드는 냉기를 느끼며 다문 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