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야끼모 / 진성아
야끼모 / 진성아 ‘존엄 케어’라고 쓰인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병원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긴 복도에 배어 있었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환자는 늘어났고 냄새는 더했다. 간병인이 방향제를 걸고 쑥을 피워도 일시적일 뿐이었다. 방치된 사물처럼 움직이지 않는 노인의 냄새였다. 오래된 체액의 냄새며 낡은 장기의 냄새였다.닥터 뚜렛은 현관에서 마주친 원무과장에게 머리를 까딱하고는 곧장 진료실로 향했다. 그는 평소처럼 창을 활짝 연 후 컴퓨터 전원을 켰다.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발목이 드러나는 갈색 바지와 베이지색 피케셔츠가 꽤 도시적이다. 가운을 걸치며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가 입술을 달싹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에잇, 창문을 도로 탁, 닫았다. 창밖의 배롱나무에 걸어둔 ‘전면주차’는 매번 외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