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어느 날 거위가 / 전예진
어느 날 거위가 / 전예진 아내는 나가고 없었다. 거실 바닥에 놓인 물을 병째로 들이켰다. 미지근한 물에서 알코올 냄새가 났다. 소주 한 잔 정도가 남은 참이슬 병을 주머니에 넣고 홍삼 팩을 입에 물었다. 가게 앞에 서자 유리문 너머로 홀에 앉은 아내가 보였다. 일곱 테이블밖에 없는 홀이 휑했다. 없는 손님도 쫓겠다. 문을 열며 말했다. 아내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를 지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본사에서 온 절단육 상자가 열린 채로 놓여 있었다. 상자에 담긴 스무 마리의 절단된 닭도 비닐봉지에 포장된 그대로였다. 가뜩이나 좁은 주방이 상자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뭐 했어? 답이 없었다. 아내는 지역 채널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홀에 걸린 티브이에 강청호가 나왔다. 쓰레기와 썩은 갈대가 호수에 떠다녔다. 산책..